영화 바람의 실제 배경
2007년 이성한 감독은 개성 있는 조단역 인생 7년을 맞는 정우를 만났다. 그리고 정우는 이성한 감독의 데뷔작 <스페어>를 통해 그 역시 주연 데뷔작을 선보였다. 돈을 위해서라면 친구까지 팔 수 있는 약삭빠른 장기밀매업자 길도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페어>는 그 해 부산국제 영화제에 초청되어 화제의 영화가 되었다.
이성한 감독은 영화 경력 전무했던 자신을 믿고 <스페어> 캐스팅에 흔쾌히 승낙한 정우를 기억한다.. 이성한 감독에게 정우는 최고의 배우와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배우이다.
그들이 두 번째로 선택한 영화 <바람>은 사실 정우의 실화이다..
크레디트에서 원작 김정국은 정우의 본명이자 극 중 짱구의 이름이다. <스페어>의 촬영을 마쳐 갈 무렵 정우는 감독과 부산에서 보냈던 자신의 학창 시절 얘기를 하게 되고 그의 고교시절 일화를 들은 이성한 감독은 그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옮기게 된다.
이성한 감독은 정우와의 만남과 그에 대한 믿음이 바탕에 없었다면 <바람>는 기획 조차 불가능 했을 거라고 말한다. 감독과 배우의 믿음으로 완성된 영화 <바람>는 <스페어>에 이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한국영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최신작을 소개하는 부문인 ‘한국영화의 오늘-비전’에 초청돼 이성한 감독은 2회 연속 부산영화제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약육강식 남자들의 세계
엄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형과 누나와는 다르게 간지 나는 학창 시절을 보내고 싶었던 짱구는 집안에서 유일하게 명문고에 진학하지 못해 골칫덩이가 된다.
광춘상고는 교사들의 폭력과 학생들 간 세력 다툼으로 부산 일대에서 알아주는 악명 높은 학교. 광춘의 조회시간은 학교의 명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쓸만한 후배 물색으로 시작된다.
짱구는 입학 첫 날 ‘불법써클’‘불법서클’ 몬스터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한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약육강식의 세계를 알아갈 무렵, 학교폭력 가담을 이유로 짱구 일행은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된다. 짱구는 가까스로 정학만은 면하지만 다시 돌아온 학교에서 교내 불법 서클 ‘몬스터’의 유혹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몬스터의 후광을 업고 예쁜 여자 친구도 얻게 된 짱구, 쪽 팔리지 않고 싶었던 열여덟 짱구는 “바람”대로 폼 나는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몬스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보다 작은 단위의 모순이다.
몬스터에서의 3년은 우리가 인생에서 먼저 겪었던
또는 겪게 될 일들의 나열이며 반성 또는 아쉬움이 남는다.
2004년 개봉한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는 1978년 유신 말기,, 주인공 현수의 고등학교 생 활을 통해 당시 사회 전체에 퍼져 있던 군사주의 문화를 특정 개인이 내재화하는 과정을 내밀 하 게 보여줬다.
영화 <바람>는 1997년대 부산의 명문상고를 배경으로, 고등학교 3년을 보내는 주인공 짱구를 통해 폭력으로 상징되는 남자들의 세계와 학교라는 공간은 시대를 막론하고 얼마나 잔인하고 가혹한 곳인지를 보여준다.
자아를 찾는 10대 후반, 센 놈만이 살아남는 마치 동물의 왕국과도 같은 남자들의 세계에서 그들 이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어떻게 길들여지는지를 사실감 있게 보여준다.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온 가족의 품
영화 <바람>는 혈기왕성한 10대 후반 진짜 남자로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폼생폼사 짱구는 집안에서 유일하게 명문고에 진학하지 못해 골칫덩이가 되고, 주먹 좀 날린다는 소문에 교내 폭력 서클에 끼게 되고, 무서울 것 없는 학창 시절을 보낸다. 남들이 보기에 짱구는 문제아지만, 엄마 아빠에게 짱구는 형이 비운 자리를 의젓하게 지키는 둘째 아들이다..
영화 <바람>는 ‘방황도 한때’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방황 끝의 성장을 이야기한다. 공부 못한다고, 싸움 좀 한다고 모두가 건달이 되진 않는다.
아버지께 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었다.
괜찮은 어른이 되겠다고, 걱정 마시라고 이야기한다.
영화 <바람>은 소년에서 남자로의 성장을 그들의 무리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감과 더불어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기면서 라고 말한다. 막내인 주인공 짱구는 아버지와 형의 빈자리를 통해 어머니와 누나를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을 깨닫게 되고, 놀던 문제아에서 비로소 자기 자리로 돌아온다.
문제를 일으키고 유치장에 갇힌 아들에게 우유를 넣어주는 아빠, 남들 앞에선 참았던 눈물을 엄마 앞에서만큼은 터트릴 수 있었던 아들, 무섭게 군기만 잡는 줄 알았지만 동생의 성장통을 알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형.. 영화 <바람>은 우리에겐 이런 ‘가족’이 있음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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